돈 벌고 싶은 프리랜서 이긍정B/서른 하나, 디지털노마드 꿈나무 이긍정B

프롤로그) 서른하나, 아직 늦지 않았다 / 디지털노마드를 꿈꾸며, 지난 2020년을 정리하며

kimkiwiKKK 2021. 1. 7. 17:30

작년에는 코로나 덕분에 내 신상에 여러가지 큰 변화가 있었다.

결과적으로는 코로나 덕분이라고 말하고 싶다. 가장 큰 변화는 단연 퇴사. 나는 코로나가 터지기 직전인 2019년 12월에 정식으로 회사와 근로계약서를 작성하고 2020년 1월 초에 본격적으로 업무에 투입되었다. 두어 달 가량 교육을 받은 직후였다. 내가 입사한 회사는 국내 모 항공사의 고객문의 응대를 전담하는 콜센터를 맡고 있었다. 이제와서 하는 이야기지만, 내가 그 대형 항공사의 정직원이 아니라는 상대적 박탈감 이외에는 대체로 만족스러웠다. 경력이 전혀 없는 나에게 첫 월급도 썩 나쁘지 않았고, 입사하자마자 실적이 좋다며 받았던 십여만원의 상품권도 반가웠다. 첫 회사 퇴사와 어학연수 겸 자발적 백수생활로 한동안 돈줄이 끊겨 가진 돈을 축내며 살아가고 있던 나에게는 썩 나쁘지 않은 조건이었다.

 

그럼에도 퇴사를 결심했다.

입사하자마자 업무를 채 익히기도 전에 코로나가 터져 몇 달을 전쟁터에서 시간을 보냈다. 회사에 출근하는 게 무서울 정도였고, 일년 넘게 근무해도 불릴 일이 없었다던 비상근무는 매번 불려 나가야만 했다. 나도 괴로웠겠지만 한 시간 넘게 전화가 걸리기만을 기다리며 핸드폰을 붙들고 있었을 고객들도 매우 힘들었을 시간이었다. 업무 숙지는 뒷전으로 매일의 비상사태를 처리하는 일에 하루를 보내야만 했다. 하지만 이 이유는 퇴사를 결심하는 직접적인 이유는 아니었다. 

 

진짜 문제는 보이지 않는 나와의 갈등이었다.

첫 회사를 다닐 당시, 내 삶은 그저 뒷전으로 두고 출퇴근을 하고 하루를 그저 버텨내는 것밖에 하지 못했었다. 그야말로 안주하는 삶, 그 자체였다. 그러한 루틴에서 벗어나고자 한국을 떠났었다. 게으르고 수동적인 나에게서 탈피하고, 내 삶을 능동적으로 변화하도록... 그러나 귀국 후 다시 입사해 어느 회사의 일원이 된 이후, 나는 첫 회사 속 나에게서 벗어나지 못했음을 느꼈다. 퇴근하면 만사가 귀찮아 각종 인스턴트와 배달음식으로 끼니를 연명하고, 자기계발은 커녕 취미생활 하나 없이 유튜브나 보다 잠드는, 소모적인 일상을 살았다. '회사 다니면 다 그렇지 뭐', 라는 안이한 말로 눈 감아 넘어가고 싶지 않았다. 취준생 기간 동안 열심히 만들어 놓은 몸은 다시 망가지고, 살이 찌고, 만사가 귀찮아 옷차림에도 화장에도 손을 놓았다. 나를 놓았다고 표현해도 할 말이 없던 시기. 그런 나에게 실망하고, 다시 출근해야 한다는 스트레스에 당장의 꿀 같은 휴식시간에 온갖 달고 기름진 음식들과 의미없는 유튜브 영상을 돌려보던 생활 중에 문득 어떤 생각에 미쳤다. '내가 꼭 회사원으로 평생 살아야 하나??'

 

어렸을 때부터 보통의 삶을 사는 것에 반발하며, '나는 나만의 특별한 삶을 살거야!'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었으면서도 회사의 일원으로서 사는 데에는 불만없이 동의했던 나에게 의문이 들었다. 이전에도 가끔 '디지털 노마드'니 '프리랜서의 삶'에 관심을 가졌으면서도 내가 그 삶의 주인공이 된다는 생각까지 미치지 못했던 것은 무엇일까?

나는 프리랜서로서 능력이 없다고 생각했다. 프리랜서는 회사 없이도 나만의 무언가 전문적인 기술이 있어야 한다고 믿었다. 번역가니 편집자니, 디자이너 등등 나와는 너무나도 거리가 먼 이야기였다. 나에겐 그런 능력이 없었다. 회사에 붙어 있어야했던 이유는 회사 없이는 수익을 창출해낼 기술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퇴사를 결심했다.

회사를 다닌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걸 손에서 놓고 대충 사는 내 자신이 싫었기에. 이 회사를 계속 다니며 그럭저럭 생계를 유지하고, 노력한다면 약간의 저축도 할 수는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내가 원하는 윤택한 미래는 아득히도 멀어보였기도 했다. 

나는 부자가 되고 싶었다. 그럭저럭 사는 게 싫었다. 특별한 능력은 없지만 평범하게 살다 가고 싶진 않았다. 적어도 주변의 또래들에 비해 경제적으로 윤택하고 싶었다. 내 집, 꿈에 그리는 나만의 집을 가지고 싶었고,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어 주변에 인색하지 않고 충분히 누리고 싶었다. 얻어먹지 않고 내가 베푸는 입장이 되고싶었고, 힘들게 일년 365일 수십 년을 일만 하며 가족들의 생계를 책임져온 부모님에게 능력 있는 자녀가 되고 싶었다. 나 뿐만 아니라 부모님에게도 편안한 집 한 채 정도 쿨하게 마련해줄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는 꿈을 수 없이 그렸고, 이 회사에서 십년을 아등바등 일한다고 해도 그런 미래가 올 지 의문이 들었다. 그리고 가능하면 더 빨리, 그 꿈에 닿고 싶었다. 2020년이 어쩌면 기회가 될 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내 인생을 송두리째 바꿀 수 있는 절호의 기회. 위기는 곧 기회였다.

 

2020년 5월 3일 일요일, 마지막 출근일이었다. 내 두 번째 회사와는 말끔하게 마무리를 지었고, 이내 자유의 몸이 되었다. 앞으로 월급 들어올 날만을 손꼽아 기다릴 필요는 없었다. 반대로 말하면 월급날이 더 이상 오지 않는다. 내가 일하면 일하는대로, 일하지 않으면 내 통장은 마른 땅처럼 바짝 말라갈 것이었다. 불안하지만 왠지 이번은 자신있었다. 근거없는 자신감과 잘못된 선택으로 끝나지 않도록 이번엔 제대로 해보이겠다고 결심했다. 


디지털노마드를 꿈꾸며, 야무진 꿈을 꾸는 이긍정B의 프리랜서로서의 첫 걸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