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일랜드 25

#1-26 더블린에서 눈 뜬 '중고물품 거래'의 매력

유학생이 수시로 오고가는 장소라, 떠나는 이는 물건을 처분하고 들어오는 이는 물건을 사기 마련. 자연스레 중고거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한국처럼 인터넷쇼핑으로 저렴하게 새 물건을 사들일 형편이 되지 못하는 지라 더더욱 그랬을 지도. 게다가 중고로 저렴하게 득템할 수 있는 기회도 많다. 나는 한국에서는 중고나라를 자주 이용하는 사람은 아니다. 자취생활을 청산할 때, 버리기 아깝지만 본가로 가져가기 어려운 침대를 팔거나, 쓸모가 없어진 악기(기타)를 처분하는 용도로는 몇 번 이용한 적이 있을 뿐, 물건을 사려는 시도는 굳이 그 곳에서 하지 않았다. 하지만 더블린에서 중고거래의 매력에 눈이 트였다. 유학생들이 고작해야 몇 달 정도 쓰다가 넘기는 거라 물건 상태도 정말 좋고, 일단 가격을 훨씬 합리적으로..

#1-25 유럽여행기 4편 - 잉글랜드, 런던의 마력에서 헤어나오질 못해.

잉글랜드에 대한 미묘한 반발심과 함께, 그래도 아일랜드 있는 동안에 한 번쯤은 경험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그래, 적을 알려면 적진에도 잠입해봐야지(?)" 언젠가부터 내 적군이 되었던지, 나는 잉글랜드를 잠입하기 위한 항공편을 예약했다. 아일랜드와 잉글랜드는 한국과 일본처럼 매우 가깝고도 먼 사이이다. 고로 항공료도 그에 준하여 매우매우 저렴하다. 내가 같은 아일랜드 내의 코크나 골웨이 가는 정도의 편도 금액(대략 20유로 정도) 정도로 영국을 왕복할 수도 있다. 런던의 경우에는 나의 여정에는 고작 왕복 35유로를 청구받았을 뿐이다. 국내 도시보다 저렴한 런던행 항공권이라니. (물론 라이언에어를 탈 경우에만 해당함) 다만 그 외의 물가는 비싼 편이기에, 숙소는 불가피하게 유스호스텔의 도미토리룸으로..

#1-24 '비포 선셋'를 꿈꾸었으나... 사랑하기 어려운 것은 어디든 똑같다

내가 정말정말 좋아하는 사랑 영화를 꼽는다면 다섯손가락 안에 드는, '비포 선라이즈'. 풋풋하고 싱그러운 어린 사랑의 저돌적인 여행지에서의 사랑이야기. 비엔나로 향하던 열차 안에서 우연히 말을 건네고, 눈빛을 교환하고, 그러다가 남자주인공 제시가 용기있게 대쉬. 그보다 더 용기있는 여자주인공 셀린느는 그를 따라서 목적지도 아닌 비엔나에서 그를 따라 내린다. 치기어리다고 볼 수도 있지만, 솔직히 부러운 마음이 훨씬 더 컸다. 나도 머리가 아닌 심장으로, 여자와 남자의 본능적인 이끌림으로 행선지를 바꾸고, 낯선 이와 함께 비좁은 음악감상실에서 묘한 기류를 주고받으며, 돈이 없어 구걸에 가깝다시피 와인을 얻어내 함께 마시는 풋내기 사랑. 하지만 내가 더 좋아하는 영화는 그 다음 시리즈인 '비포 선셋'이다. 이..

#1-23 무심코, 나도 모르게 더블린에서의 흔적을 찾는 나

더블린이 세상 최고의 낙원은 아니다. 살면서 권태기를 느끼고 '왜 내가 이 곳에 와 있을까?' 싶어 강가에서 배회하던 시기도 있었다. (청명한 취리히의 정취에 젖은 채로 본 더블린의 리피강이 슬퍼서..) 주관적으로야 애정도 많고, 누군가 아일랜드를 욕하는 것을 들으면 분개할 나이지만, 객관적으로 유럽뽕이 들어갈대로 들어간 사람이라면, 1순위로 선택할 장소는 아니라는 게 나의 의견이다. 전에도 언급했듯이, 살다보면 '여기가 한국인가? 유럽인가?' 싶을 때가 많았다. 그리고 다른 외국으로 여행나갔을 때 만난 외국인들에게 "나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6개월 살다가 지금 여행하고 있어" 라고 말했을 때 그들의 반응은 대개, "아아... 더블린.. 그렇구나" 혹은 "음.. 더블린 좋은 곳이지..." 이런 식이었다. ..

#1-22 아일랜드의 TEA 문화, 그리고 내 습관에 대하여.

고백하건데, 나는 카페와 커피를 사랑한다. 내 인생에 카페와 커피를 떼놓을 시도는 감히 하지도 않는다. 어떤 날에는 내 도피처가 되기도 하고, 작업실이 되기도 하며(유튜브시청과 글쓰기가 작업으로 표현될 수 있다면), 친구와의 만남의 장소가 되기도 한다. 그 곳에서 시키는 고정 음료는 아메리카노. 아주 가끔 라떼. 1층이지만 마치 반지하 같던 쿰쿰한 자취방에 살던 몇 년간에는, 주말마다 바깥공기와 청량한 햇살 구경을 할 수 있는 내 거실과도 같은 그 곳 한 켠에서 찐한 아메리카노 홀짝대는 것이 소소한 행복이었으리라. 나는 어느 지역, 나라를 가게되면 제일 먼저 내 생활습관을 그 장소에 맞춘다. 예를 들어 오사카에 워홀을 다녀왔던 지난 2013-14년, 내가 제일 먼저 바꾼 내 습관은 '김치'를 먹지 않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