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여행 목적에 대해 십년 가까이 고민을 했다. 스스로가 '여행에 미친' 사람은 결단코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십대의 많은 시간을 여행하는 데에 할애한 이유는 뭘까. 자문해보아도 그 명확한 답을 내리지 못해, 누군가에게 여행을 가는 이유를 설명할 때 대충 둘러대곤 했었던 기억이 난다. 이제서야 알았다. 나의 여행의 목적. '익숙한 공간에서 떨어져나가 새로운 환경, 새로운 사람들 사이에서 다른 사람으로 살아보는 것'이었다. 그래서 관광지를 순회하는 날에는 피로가 쌓이고, 현지인들처럼 마트나 동네를 돌아다니며 주민 행세를 하고 다니는 날에는 힘이 뿜뿜 솟아났던 거구나. 나에게 어학연수나 워홀은 '(비교적) 장기거주', 여행은 '단기거주'였던 셈이다. 어느 순간부터 유명 관광지, 박물관을 방문하는 것을 의무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