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갈여행 4

#2-11 리스본에서의 꿈같은 나날들

내 여행 목적에 대해 십년 가까이 고민을 했다. 스스로가 '여행에 미친' 사람은 결단코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십대의 많은 시간을 여행하는 데에 할애한 이유는 뭘까. 자문해보아도 그 명확한 답을 내리지 못해, 누군가에게 여행을 가는 이유를 설명할 때 대충 둘러대곤 했었던 기억이 난다. 이제서야 알았다. 나의 여행의 목적. '익숙한 공간에서 떨어져나가 새로운 환경, 새로운 사람들 사이에서 다른 사람으로 살아보는 것'이었다. 그래서 관광지를 순회하는 날에는 피로가 쌓이고, 현지인들처럼 마트나 동네를 돌아다니며 주민 행세를 하고 다니는 날에는 힘이 뿜뿜 솟아났던 거구나. 나에게 어학연수나 워홀은 '(비교적) 장기거주', 여행은 '단기거주'였던 셈이다. 어느 순간부터 유명 관광지, 박물관을 방문하는 것을 의무로 ..

#2-10 드디어 리스본, 종착지

라고스에서의 평온한 시간이 지나고 떠날 시간이 왔다. 북적거리지 않는 조용한 마을에서 시간을 보내기를 꿈꿔왔으면서도, 일주일 쯤 지나자 슬슬 지루해지는 게 영락없는 도시지향적인 인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후 느즈막히 리스본에 도착했다. 도착하자마자 느껴지는 '도시'. 익숙한 분위기. 적당한 익명성. 불편하지 않을 정도의 북적거림과 다양한 샵. 익숙한 풍경이었다. 포르투갈에서 느껴지는 한국 어딘가의 버스터미널의 풍경. 배가 고팠다. 숙소로 최대한 빨리 체크인해서 짐만 잽싸게 내려놓고 하고싶은 일이 있었다. 근처 아시안마트로 가서 비빔면을 사고 삼겹살까지 구해와서 점심 겸 저녁으로 해먹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체크인을 한 시간이 세시가 넘었었나... 점심을 못먹었으므로 정말 간절했다. 지도를 검색해보니 ..

#2-9 라고스에 대하여.. 못다한 이야기들

라고스, 그리고 그 마을을 포함한 포르투갈은 지금까지도 나의 베스트 여행지이다. 이 글에서는 라고스에 대해 기억을 되짚어보며 이야기를 풀어볼까 합니다. 안타깝게도 이 글에는 라고스에 대한 개괄적인 정보라던가, 투어에 도움이 될만한 팁은 없네요 제가 거기 잠시 머물면서 느꼈던 감정, 생각, 혹은 개인적으로 겪은 에피소드 뿐입니다. >

#2-8 포르투갈의 남부 라고스(LAGOS)에서 평온을 찾다

세비야도 물론 훌륭한 휴가였다. 하지만 포르투갈의 남부 라고스에서 찾은 행복에 비하면.... 라고스는 축복받은 마을이었다. 남부 끝자락에 위치한 이 곳은, 여름에는 휴양을 원하는 많은 유럽인들의 휴가지로 사랑을 받는 곳이다. 아름다운 해변이 끝없이 이어져, 내가 원하는 해변에서 휴식을 취할 수 있으며 다양한 수상스포츠를 체험할 수 있는 장소이기도 하다. 크루즈투어, 카약 동굴투어, 돌고래 관찰 보트투어 등등 선택할 수 있는 액티비티의 범위가 넒어서 수상스포츠를 사랑하는 이들이라면 다들 이 곳을 좋아할 거라고 생각한다. 내가 간 시기는 비수기였다. 완벽하게. 1월 초에는 아무리 포르투갈이라 덜 춥다고 해도 수상스포츠를 할 시기는 아니었다. 그래서인지, 체크인했던 (인생)호스텔은 방이 전혀 붐비지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