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본여행 2

#2-11 리스본에서의 꿈같은 나날들

내 여행 목적에 대해 십년 가까이 고민을 했다. 스스로가 '여행에 미친' 사람은 결단코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십대의 많은 시간을 여행하는 데에 할애한 이유는 뭘까. 자문해보아도 그 명확한 답을 내리지 못해, 누군가에게 여행을 가는 이유를 설명할 때 대충 둘러대곤 했었던 기억이 난다. 이제서야 알았다. 나의 여행의 목적. '익숙한 공간에서 떨어져나가 새로운 환경, 새로운 사람들 사이에서 다른 사람으로 살아보는 것'이었다. 그래서 관광지를 순회하는 날에는 피로가 쌓이고, 현지인들처럼 마트나 동네를 돌아다니며 주민 행세를 하고 다니는 날에는 힘이 뿜뿜 솟아났던 거구나. 나에게 어학연수나 워홀은 '(비교적) 장기거주', 여행은 '단기거주'였던 셈이다. 어느 순간부터 유명 관광지, 박물관을 방문하는 것을 의무로 ..

#2-10 드디어 리스본, 종착지

라고스에서의 평온한 시간이 지나고 떠날 시간이 왔다. 북적거리지 않는 조용한 마을에서 시간을 보내기를 꿈꿔왔으면서도, 일주일 쯤 지나자 슬슬 지루해지는 게 영락없는 도시지향적인 인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후 느즈막히 리스본에 도착했다. 도착하자마자 느껴지는 '도시'. 익숙한 분위기. 적당한 익명성. 불편하지 않을 정도의 북적거림과 다양한 샵. 익숙한 풍경이었다. 포르투갈에서 느껴지는 한국 어딘가의 버스터미널의 풍경. 배가 고팠다. 숙소로 최대한 빨리 체크인해서 짐만 잽싸게 내려놓고 하고싶은 일이 있었다. 근처 아시안마트로 가서 비빔면을 사고 삼겹살까지 구해와서 점심 겸 저녁으로 해먹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체크인을 한 시간이 세시가 넘었었나... 점심을 못먹었으므로 정말 간절했다. 지도를 검색해보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