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사고를 냈다. 교통사고. 접촉사고.
시작은 좋았다. 오래전부터 가보고 싶다고 생각했던 팬케익 브런치 카페를 갔다. 하도 사진을 많이 보고 입맛을 다셔서, 이미 먹어본 기분이 들 정도로 기대했던 곳이고 정말로 맛있었다. 오픈 하자마자 기다리던 다른 몇 분의 손님과 함께 들어갔는데 직원이 내 캐리어도 맡아주셨다. 일본이 다른 건 몰라도 접객은 정말 훌륭하다. 이 점은 부인하기 힘들지.
사진보니 생각난다. Ivorish. 메이플 시럽 뿌려먹는 저 왼쪽의 프렌치토스트가 취향 저격. 엄마는 원래 빵 좋아하셨는데 이젠 별로라셨다. 엄마는 외식에 까다롭다. 집에서 먹는 음식에는 마냥 후한 반면, 외식에는 쉽게 좋은 소리를 안한다.
그리고 바로 카페 근방에 예약해둔 렌터카 사무실로 가서 차량을 픽업했다. 오랜만의 운전, 떨렸다. 고백하지만 나는 아직 숙련된 운전자가 아니다. 자차도 없고 운전할 정기적인 일도 없어서이다. 운전연수도 받아서 오키나와, 홋카이도에서 운전해본 경력이 있지만 후쿠오카는 좀 더 번화가라 떨렸다. 얼른 벗어나야지 싶었다.
목적지는 야나가와. 뱃놀이로 유명한 그 곳에서 배를 타고, 근방 우레시노 온천의 료칸으로 이동해서 쉬는 일정이었다. 아주 널널했지만 문제는 야나가와로 이동해서였다. 예약한 뱃놀이 가게를 찾지 못했다. 일본 사이트에서 예약할 시 몇 백엔 할인을 해준다고 해서 예약한건데, 괜히 했나 싶었다. 주소가 일단 정확하게 나오지도 않았고(무슨 국도에서 어느정도 거리라고는 나오는데 그 국도를 알 수가 있어야지), 다른 업체 많은데 그 업체를 찾고 찾아 삼만리 하는 기름값이 더 나오겠다 싶었다. 조바심도 나고, 얼른 료칸에도 가고 싶고. 운전은 불안불안한데. 오기가 나서 꼭 찾아야지 부득부득 이를 가는데, 왼쪽 커브를 돌다가 다리 이름 적혀있는 돌기둥에 왼쪽 뒷좌석 문을 긁었다. 제대로. 살짝 긁은 게 아니라 완벽하게 긁었다. 하아....
놀랐고, 내 뒤에 따라오던 오토바이 운전자도 놀라고... 일단 좁은 길이었으니 방해되지 않게 차를 뺐다. 근데 그게 문제였다. 사실 난 보험을 풀로 들어놓아서 경찰에 신고만 하고 서류만 받아가면 돈을 물어내지 않아도 되었었다. 근데 경찰에 신고하려면 사고 위치를 벗어나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난 이미 몇백 미터를 이동했으므로 다시 원위치를 찾아 돌아가야 했는데 도저히 못찾겠더라. 화가 났다. 편의점에 차를 세우고 고민하다가, 렌터카 사무실에 다시 전화했다. 신고 못하면 불이익이 어떻게 되냐고. 직원은 '보험 적용이 안될 뿐이다'라고 했고, 그런 거라면 됐다, 하고 료칸으로 목적지를 변경했다. 일본에서 운전하다 사고나시는 분들, 사고위치에서 벗어나지 마시고 그대로 경찰에 신고하세요. 보험 들어있다면 돈 하나도 안내도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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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란한 마음으로 료칸에 왔는데, 료칸이라는 장소가 그렇듯 복잡한 기분과 걱정이 점점 잊혀져 갔다. 일단 웰컴드링크로 리셉션에서 샴페인을 한 잔씩 주셨고 안내 받은 방도 멋졌다. 엄마는 와식보다 입식을 선호해서 일부러 침대방을 골랐는데, 전망도 훌륭하고 방도 운치있는 게 너무나도 안락하고 완벽하게 마음에 들었다. 내가 고민고민하다가 흔한 전통료칸 아닌, 현대적 료칸을 고른 게 신의 한 수라고 생각하며 사고낸 건 까맣게 잊고 자만에 빠졌지.
사실, 이 료칸의 대표메뉴는 빵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무한 제공되던 빵이 기가 막혔다. 저 발사믹 소스 뿌려먹으면서 감탄에 감탄을 하고, 빵이 이젠 싫다던 엄마도 무한정 흡입. 다 먹고나서, 지나가던 직원분이 나눠주는 빵을 많이 받아서 또 다 먹고야 말았지. 발사믹 소스 사지 못하고 온 게 아쉽다. 지금처럼 식재료 욕심 있을 때 갔다면 샀을 게 분명하다.
이렇게 잠들었다. 온천은 당연히 사진찍지 않았는데 훌륭했다. 다만 내가 온천에 오래 몸 담그지 못하는 성미라..
그리고 다음 날 아침,
전망이 기가 막히다. 2박하고 올걸 그랬나 싶다. 1박으로는 아쉽다. 조식은 일본 정식처럼 세트로 나오는데 그것도 정갈하고 료칸 온 기분 나더라. 어제는 완벽하게 양식, 오늘은 일식.
이 여행은 불매운동 시작하기 일년 여 전에 다녀온 것임을 다시한번 밝혀둔다. 온천가기 위해 입은 유카타도 좋고, 사이 좋았던 시절에 찍은 다정한 사진을 보니 싱숭생숭하네. 오묘하다. 마음이 약해진다. 솔직히.. 하지만 그럼에도 마음을 굳건하게 먹고 단호하게 나아갈 것이다.
접촉사고 후기와 마지막날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 글에서 이어 쓸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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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travel.rakuten.co.jp/HOTEL/8986/8986.html?lid=f_onsen_sem2_ureshino_hot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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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rakuten.co.jp
참고로 제가 선택한 우레시노 료칸은 여기입니다. '해밀톤 우레시노'.
조용한 자리에 위치해있어 안락하고 편안한 휴식이 되었고, 흔히 관광객들이 가는 료칸이 아니라서 숙박객들 모두 일본인들 뿐이었어요. 보통 한국인이 가는 다이쇼야(大正屋), 카라쿠엔(ホテル華翠苑), 우레시노칸(湯快リゾート 嬉野館) 아닌 곳으로 일부러 찾아본 거였어요.
저 왠만하면 한번 갔던 곳 말고 새로운 곳으로 경험해보자는 주의인데, 이 료칸만큼은 한번 더 가고픈 곳이에요. 사고난 직후임에도 그렇게 안락함과 편안함을 느꼈다면 제대로 된 숙박이었던 거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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