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피여행이라고 하니 무슨 일이라도 있는가 싶지만, 그저 번잡한 서울살이 직장생활로부터의 도피일 뿐. 일상으로부터의 도피. 아주 잠시, 단 이틀 만이라도 생활감이 느껴지지 않는 새로운 공간에 스스로 고립되기를 바란 결과이다. 그 곳에서 책도 읽고 영화도 보면서 충만한 시간을 보내고자 하는 욕심도 컸다. 그래서 이번엔 <호텔 더 디자이너스 삼성역>이다. 이렇게 쓰니 무슨 블로그 광고 같지만 내 돈 100% 지불하고 갔던 출혈이 큰 서울여행임을 밝혀둔다.
전에 갔던 여의도점보다 먼저 생긴 지점이 아닐까 싶다. (찾아보니 강남 프리미어점 다음으로 생긴 이 체인호텔의 두번째 지점이라고 한다) 위치는 삼성역과 선릉역 그 중간 즈음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네이버 지도
호텔더디자이너스 삼성
map.naver.com
http://hotelthedesigners.com/samseong/
Hotel the Designers l Samseong
hotelthedesigners.com
결제 정보는 또 미지수.. 아마 1박에 128,000원 가량 총 2회 결제된 내역이 분명할 터인데, 내역 명세에 찍힌 호텔스닷컴에서는 내 예약정보를 찾을 수가 없다. 분명한 건 여의도점보다 삼성역점이 조금 더 비쌌었다는 것이다. 이번에도 스위트룸이다. 일반 룸은 다른 비즈니스급 호텔이랑 다를 바 없으므로, 이 호텔 체인을 선택한다면 언제나 스위트 룸을 택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이후에 친구랑 갔던 서울역점은 일반 트윈룸이었지만 그건 홀로 묵은 게 아니므로 별개.)
이 지점의 이점은 위치가 아닐까. 체크인 시간 맞춰 들어가기 위해 일부러 일찍 도착해서 주변 코엑스 구경도 하고 번화한 거리를 쏘다닐 수 있었고, 이후에도 삼성 선릉 근방의 식당에서 밥을 먹거나 커피를 사거나 하는 일상이 가능했다. 숙대입구역 청파동에서만 머물다가 번화한 동네에 묵으니 실로 행복함 그 자체였다.
이 숙소 체크인에 얽힌 작은 에피소드가 있다. 체크인 시간이 딱 맞춰 방문했는데, 삼성역 지점은 여의도점과 다르게 디자이너룸에 대한 선택권을 내게 주었다. 태블릿으로 룸 사진을 띄워주시면서 고르라고 하셨는데, 마침 프론트 직원분이 추천하시는 룸이 있다고, 그런데 그 방의 경우에는 청소하는 시간이 좀 더 걸린다고 30~40분 가량 기다려야 한다고 말씀해주셨다. 나는 또 귀가 얇으니 좋은 방인가보다 하고 로비에서 기다렸지. 그러고나서 들어간 방이 다음과 같다.
나의 귀가 얇음을 반성하게 되었던 계기. 직원분이 하얗고 밝은 방을 좋아한다고 해서, 나도 그러라는 법은 없는데 솔직히 이 방은 나의 타입이 전혀 아니었다. 슬펐다. 심지어 체크인 시간까지 늦추면서 기다렸는데 취향에서 벗어나는 방이라니.. 2박3일 묵을 예정인데! 그러면서 욕조는 또 크네, 거울은 참 많네 하면서 사진은 열심히 찍었다. 그리고 노트북을 연결해서 영화를 보려는데..... 안된다. 연결이 안되고 뭔가 문제가 생겼다. 집에 가서 케이블 선을 가져와야 하나 단순한 생각을 하다가, 삼성역에서 숙대까지는 은근히 멀어서 프론트에 전화를 해봤다. 혹시나 해서. 직원 분이 찾아오셨다. 그리고는 확인해보시더니 그 방은 노트북 연결이 안된단다. 방을 옮겨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 옮긴 방이 내가 직원의 추천을 듣기 전 찜해두었던 그 방이다. 인생은 결국 가던 길로 가게 되는걸까. 여하튼 추천이라고 뭐든 다 솔깃해할 필요는 없다는 거다. 내가 느낌이 꽂히는 대로 가야할 때도 있다는 교훈을 얻었던 소소한 에피소드이다.
내 호텔 여행 경력의 최고점은 이 방에서 이루어졌다. 최대한 몰입해서 보는 영화감상과 독서, 일기도 쓰고 생각할 시간을 갖자는 계획을 모두 이루었다. 책도 책이고, 휴양도 했지만, 영화감상을 정말 제대로 했다. 찐하게.
아까 언급했던 이 방에서 본 최고의 영화 <한 여름의 판타지아>라는 제목을 나의 호텔 여행을 요약할 문장으로 써도 무방하지 않을까 싶다. 나에게 이 2박3일이 한 여름의 판타지아 였으니까. (물론 9월이었지만 그런 디테일한 부분은 가볍게 무시하자. 9월도 어떻게 보면 여름이지.)
개인적으로는 삼성역 점이 가장 감각적인 방을 많이 보유하고 있었다. 또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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