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블린 입국 나흘 후 월요일, 레벨테스트를 하고 Pre-Intermediate 클래스로 시작.
한달 여 간의 방황.
어학원 친구들과 공원도 가고, 밥도 먹으러 종종 다녔지만 마음을 터놓을 잘 맞는 친구는 만나기 힘들었다.
내가 숙맥이라 특히 전혀 다른 문화권에서 온 친구와는 친구가 되지 못하며 방황했고, 마치 학교 다닐 적의 나처럼 외로운 생활을 하며 우울해 하기도 했다.
어른이라, 친구니 클래스 메이트니 없어도 그만, 있으면 좋은 마음가짐으로 가볍게 살 줄 알았는데, 사람이 역시 쉽게 변하진 않아.
내가 벽을 치는 게 보였는지, 그들도 적당히 거리를 두는 듯 보였다.
스스로 자책도 하고, 한국의 친구들에게 털어놓기도 했다.
큰 포부를 갖고 온 어학연수인데, 어학원 교류관계로 고민할 줄이야...
‘인간관계 맺기’는 평생의 내 취약분야.
영어공부는 더 가관이었다.
수업 진도는 어찌저찌 알아들었어도, 여전히 클래스에서 내가 제일 못알아듣고 말도 제일 못했다.
절실한 영어공부 목적이 없었던지라, 의욕도 없고, 중반부터는 어떻게 하면 학원을 째고 도망갈까 궁리했다.
50여 분의 등교시간 동안 수많은 갈등, 몇 분 지각할 거 같은 날에는 더욱 더 고민하다가 다른 길로 샌 적도 많다.
원체 개근하는 거에는 욕심 없던 나인지라, 결석 후의 쾌감은 상당했다. 결석 하고 대형 공연장 근방 해안가에서 커피도 마시고, 그래프튼 스트리트 메인도로의 유서깊은 카페에서 아침도 먹고, 이케아로 쇼핑도 가고, 공원에서 스콘도 먹고...
이걸 적절하게 했으면, 필요충분한 일탈로 쳤을 텐데, 애초에 영어실력과 교류에 대한 스트레스로 인한 도망이었으니 유익한 일탈로는 칠 수가 없겠네. 6개월 코스 끝나기 직전에는 경고장도 받았다.
(아일랜드는 몇년 전부터 학생비자 관리가 엄격해져서, 학기-방학기간도 각각 6개월-2개월로 제한되었고-전엔 더 많은 시간을 주었다고 들었음-, 출석률은 85%이상을 무조건 채워야 하며 그렇지 않을 경우 차례대로 구두 경고 - 경고장 - 퇴학 - 일주일 내 퇴거, 오래 지체될 경우 경찰이 찾아온다고 들었다. 나는 구두경고와 경고장까지 받았다... 엄격한 룰 덕분에 더 짜릿한 결석이었지만, 비싼 돈 내고 들어간 어학원에서 공부로는 큰 발전을 볼 수 없었지. 솔직히 어떤 수단과 방법이든 영어만 일취월장 했다면, 경고장 따위는 문제도 되지 않는다)
나는 결국 Upper 레벨로 가지 못하고, Intermediate 레벨로 어학원 생활을 종료했다.
한국에 돌아올 때까지, 내 발음은 L과 R을 구분 못해 지적받고, 서브웨이에서는 랜치소스를 주문할 수 없어 사우전이나 마요네즈를 먹었다.
(충분한 리스닝이 되지 않았으니, 당연한 결과다)
올해, 한국 땅 다시 밟고 나서야, 간절하게 영어를 공부해야하는 절실한 이유와 목적이 생겼다.
그래서 5월부터 어마어마하게 영어를 듣고 또 들어서, 이제야 조금 귀가 트였다.
아마 지금 이 상태로 어학원에 들어갔더라면, 링구아비바에서 영어의 신이 하나 탄생했을 지도 모를 거다. (조금의 과장은 용서해주세요)
역시 뭐든, 목적과 구체적인 목표가 제일 중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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