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일상처럼.../18-19 더블린 거점, 어학연수-여행

#1-15 더블린에서 먹은 것들

kimkiwiKKK 2019. 9. 25. 20:31

음식은 정말 중요합니다.

그리고 아일랜드는 음식문화가 썩 발달하지 못한 나라에요.

영국에 오랜기간 지배받아서인지, 영국이랑 비슷한 음식스타일이라고 생각하셔도 되는데,

심지어 식민지배 기간에 많은 식량들을 영국에 수탈당하고 남은 감자로만 연명해야 했던 가슴아픈 시대가 있어서인지 특히 감자가 발달해있어요.

감자, 감자, 여기도 감자, 저기도 감자.

정말 감자 많이 먹어요. 그리고 개인적으로 아일랜드 감자가 한국보다 더 맛있다고 느꼈구요.

음식문화가 발달하지 못해서, 섬나라이면서도 생선은 피시앤칩스 말고는 잘 안먹구요. (고급레스토랑이나 프렌치레스토랑 가면 멋진 생선요리가 있겠지만, 일상적으로 다양한 요리법으로 생선요리 잘 안하더라구요. 오로지 튀김만..)

아일랜드 돼지고기는 맛있긴 한데, 역시 요리법은 단순한 선에서 끝나요. 기네스 미트파이라던지, 스테이크 정도랄까...

가지고 있는 식재료는 이제는 윤택한데도, 요리법이 굉장히 한정적인 느낌이에요.

아침에는 토스트류인데, 가끔 아이리쉬 브랙퍼스트(잉글리시 브랙퍼스트와 같은 구성)를 먹기도 한다.

두꺼운 베이컨, 소시지, 블랙푸딩(디저트 푸딩 아니고, 순대 간 같은 식감에 돼지 피가 들어간 식재료를 튀긴다), 달걀 써니사이드업, 토스트, 기름에 구운 토마토, 해시브라운 등 전부 기름진 음식만 들어가서 아마 한 끼에 1인분 1,800칼로리 정도 섭취하는 걸로 알고 있어요.. 한국인의 기초대사량으로 저런 식사를 자주 먹었다가는 비만되기 십상.....

그치만 맛은 정말 좋죠.. 맛있는 거만 모아놨으니까 말이에요.

 

아까 잠시 언급했던 기네스 고기파이는, 외국에서 오븐요리로 많이들 하시는 고기파이인데 기네스 맥주를 조리 과정에서 넣습니다. 한국도 조리 중에 술 넣는 조리법을 종종 보니, 그런 비슷한 류라고 보면 되는데 항간에는 술 취한 남편이 요리한다고 해놓고 마시던 맥주를 넣었다나 뭐라나 하는 '카더라 유래'가 들리기도 하네요. 정말인지 농담인지는...

어쨌든 이 것도 맛없을 수 없는 조합이에요. 고기, 맛있는 소스, 파이까지. 그리고 기네스 맥주까지.

 

홈스테이 할 때, 나이드신 홈맘이 전통 디저트라고 죽 같은 (겁나 단) 뭔가를 해주셨기도 했고, 어느 날은 중동레스토랑에서 본 거 같은 비쥬얼의 무언가를 만들어주시기도 했는데 음식만을 놓고 평가했을 때 매력적이진 않았어요.

(물론 정성과 새로운 경험 측면에서는 정말 땡큐베리머치!)

 

이렇게 다채롭지 않은 음식문화라, 친구들과 외식을 하더라도 아이리쉬 푸드가 아닌 다른 국적의 음식을 많이 먹게 되었다. 그러고 깨달았죠. 더블린에서 먹는 외국 음식은 '무지막지하게' 맛있다는 것을.

유럽이라 그런지, 많은 국가에서 온 이민자들이 살아서인지, 다양한 국가의 음식을 접할 기회가 많고 퀄리티도 높아요.

한국은 이런 다채로운 외국음식이 보편적으로 통용된 지 그렇게 오랜 세월이 흐르지는 않았고, 그 중 일부 국적의 레스토랑은 아직도 현지에 비해 터무니없이 비싼 고급음식으로 분류되곤 하는 듯 해요. 그 부분이 요 몇년 새 점점 무너지기 시작하고는 있는데 아직 많이 보편적이진 않죠.

반면 더블린은 정말 맛있는 외국 음식이 가득해요.

제일 쉽게 접할 수 있는 멕시칸 레스토랑(부리또는 마치 이삭토스트처럼 가볍게 슥 먹으러 들어갈 수 있는 보편적인 패스트푸드로 저렴하다), 이탈리안은 어느 나라든 널리 퍼져있죠, 차이나타운이 외식업계 중 제일 저렴하고 가장 늦게까지 문열어 놓는다는 것 역시 매력적이죠, 브라질 음식점도 있고, 아메리칸, 세계적으로 유명한 햄버거 가게들은 다 더블린에서 처음으로 접한 거 같아요(그리고 더블린은 고기가 맛있어서인지 햄버거도 맛있어요!), 모로코, 할랄푸드, 케밥도 쉽게 접할 수 있고, 태국, 일본음식점(이들은 스시를 패스트푸드로 알아요, 저퀄리티로 잘못 정착한 듯), 심지어 한국 레스토랑도 그다지 비싸지 않은 금액으로 맛있게 먹을 수 있어요.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자국의 음식문화가 한정적이라 외국 음식이 역으로 다양하게 보급된 거 같네요.

(영국도 맛있는 음식점은 다 외국음식점이라는데, 같은 맥락이다)

 

더블린에서 가장 맛있게 먹은 음식을 몇 가지 꼽아보면 다 외국음식인 것이 함정이네요.

중식, 난도스 치킨(인도식+영국식), 한식(더블린2의 드렁큰피시, 순두부찌개와 제육볶음, 치킨마저 환상인..), 부리또(두 끼를 한번에 해결할 수 있는 양에, 고르는 대로 재료 다 넣어주고, 빵빵하게 채워서 7~8유로면 먹는데, 학생이라고 음료까지 주는 곳도 있다. 맛은 환상...), 파스타도 맛있게 먹었고, 햄버거(이제는 한국에도 들어온 파이브가이즈를 더블린에서 처음 영접했다, 비싸지만 잊을 수 없는 그 강렬한 맛. 산더미처럼 쌓아주던 그 감자튀김의 포스.).

아일랜드 음식 중에 고르라면, 음... 아이리쉬 브랙퍼스트? 고기감자파이 정도?

물론 최고는 기네스..

모로가도 서울로만 가면 된다는 옛 말처럼, 굳이 그 국가의 음식이 아니더라도, 다양하게 즐길 수 있는 대체제인 음식들이 가득하니 결과적으로는 풍요로운 식생활을 즐기고 올 수 있었다.

그거면 되지, 뭘 더 바라겠어?

홈스테이에서 후식으로 받았던, 전통 디저트. 너무너무 달고 입맛에 안맞아서 나와 같이 있던 소녀들 모두 다 못먹었다는.. 정말 죄송해서 다들 눈치보며 버려야만 했던 아픈 기억.
 이거 뭔지 아시는 분? 수업시간에도 언급된 거 보니 유명한 음식인 듯   해요..
지난 글에서 기억안났던 그 음식 이름이 기억났다! 크램차우더! 생선이 맛있는데 다 튀기면 안되지! 이 크램차우더는 살짝 짰다. 살짝 많이.. 
크램차우더와 같은 집의 피시앤칩스, 튀기면 뭐든 맛있지. 이 가게는 집주인 ㅋ가 추천한 현지인 맛집. 테이크아웃 하면 저렴해요. 나중에 다른 동생이랑 한번 더 갔었어요.
한식당 드렁큰피시는 오아시스 같은 장소. 우리같은 한국인도 사랑하지만, 같은 학원의 일본인들은 자기들끼리 외식할 때도 저길 가더라는. 제육볶음.... 한국보다 맛있었어요.  학생할인 받으면 보통 점심 단품이 8~9유로 정도여서 외식물가에 비해 저렴한 편. 
아일랜드 가면 맥도날드 햄버거 조차도 맛있어요. 패티가 맛있어서 그런가.. 여기는 다른 체인인데 맥도날드랑은 비교도 안되죠. 진짜 맛있어요!  
더블린1에는 저렴하고 맛있는 쌀국수집이 몇 군데나 있는데, 그중 '아오바바'는 내 취향은 아니지만 버블티도 팔고 저렴하다. 작은 거 시켰는데 저 싸이즈.....
내가 유럽여행 다니면서 먹었던 패스트푸드 스타일 케밥 아니고 제대로 된  밥이었다. 음료까지 10유로 정도. 터키 친구가 추천했다는 집이었다. 케밥은 사랑이죠.....!
일본인들은 더블린에서 일식당을 자주 가지 않는다. 퀄리티는 일본 현지에 비해 떨어지는데, 가격만 비싸다고. 저런 라면을 일본에서는 7000~9000원 정도면 먹는데, 더블린에서는 12~14유로 정도(만원 중후반대)에다가 밍밍해서 그런가보다. 초밥은 더 심하게 퀄리티 차이가 났다. 그래도 인기많은 식당이라 여기는 맛이 괜찮았고 웨이팅도 있었다. 학생들끼리 밥먹으러 갈때 일본 라멘은 살짝 사치스러운 점심이었다.
드디어 등장한 전설의 조조스 막창볶음. 메뉴판에는 없고 한국 유학생들 사이에서 암암리에 퍼진 음식이라, 저런 사진을 보여주거나 종업원이 적어준 메모-메뉴이름으로 추정-를 보여주면 가져다주신다. 10유로 이내 였던 걸로 기억. 내 음식 인생은 조조스를 만나기 전과 후로 나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금 침 삼켰음...
나중에 같이 갈 동행이 없어져서, 혼자서라도 먹겠다고 갔던 조조스. 조조스는 소중하니까 한번 더 올립니다.. 아저씨가 참 흐뭇해하셨던 기억이 난다. 혼자와서 저렇게 시켰더니 자꾸 와서 구경도 하시고 잘 먹고 있는지 체크하시던 모습. 그치만 바쁠 때에는 손님 얼굴도 잘 안쳐다보시고 정신없으시던 그 모습ㅋㅋㅋㅋ

조조스가 없어졌다는 소식이 더블린 공개채팅방에 퍼진 때가 있었다.

세상이 곧 무너진다는 전보를 받은 사람 마냥 절망에 빠져있었다. 이런 청천벽력 같은 일이 있나 싶었다.

마침 그 날이 하우스메이트 동생들을 처음으로 조조스에 소개 시켜주려던(영업하려던) 날이었다.

영어 듣기 실력에 자신이 없어 영어로 걸고 받는 전화는 질색하던 내가, 거리낌없이 조조스 전화번호를 찾아 전화를 걸었다.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내가 가게로 전화를 걸다니. 내 하잘 것 없는 영어실력으로!

그만큼 조조스는 내게 소중했다는 말이다. 

전화해보니, 멀쩡하게 잘 영업 중이었고, 망했다는 뉴스는 어디서 나온건지 알 수 없는 헛소문이었다.

(구글맵에 망했다고 떠있어서 놀랬는데...) 아저씨는 그 날도 식재료를 들여오고 있었고, 아마 아직도 영업중이실 거다.

그 분은 절대 망해선 안돼. 몇년 후에라도 더블린으로 돌아간다면 제일 먼저 먹을 저녁은 조조스가 될거야.

마지막은 조조스를 사랑하는 마음을 가득 담아,

 

한국으로 이민 오실 생각 없으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