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은 정말 중요합니다.
그리고 아일랜드는 음식문화가 썩 발달하지 못한 나라에요.
영국에 오랜기간 지배받아서인지, 영국이랑 비슷한 음식스타일이라고 생각하셔도 되는데,
심지어 식민지배 기간에 많은 식량들을 영국에 수탈당하고 남은 감자로만 연명해야 했던 가슴아픈 시대가 있어서인지 특히 감자가 발달해있어요.
감자, 감자, 여기도 감자, 저기도 감자.
정말 감자 많이 먹어요. 그리고 개인적으로 아일랜드 감자가 한국보다 더 맛있다고 느꼈구요.
음식문화가 발달하지 못해서, 섬나라이면서도 생선은 피시앤칩스 말고는 잘 안먹구요. (고급레스토랑이나 프렌치레스토랑 가면 멋진 생선요리가 있겠지만, 일상적으로 다양한 요리법으로 생선요리 잘 안하더라구요. 오로지 튀김만..)
아일랜드 돼지고기는 맛있긴 한데, 역시 요리법은 단순한 선에서 끝나요. 기네스 미트파이라던지, 스테이크 정도랄까...
가지고 있는 식재료는 이제는 윤택한데도, 요리법이 굉장히 한정적인 느낌이에요.
아침에는 토스트류인데, 가끔 아이리쉬 브랙퍼스트(잉글리시 브랙퍼스트와 같은 구성)를 먹기도 한다.
두꺼운 베이컨, 소시지, 블랙푸딩(디저트 푸딩 아니고, 순대 간 같은 식감에 돼지 피가 들어간 식재료를 튀긴다), 달걀 써니사이드업, 토스트, 기름에 구운 토마토, 해시브라운 등 전부 기름진 음식만 들어가서 아마 한 끼에 1인분 1,800칼로리 정도 섭취하는 걸로 알고 있어요.. 한국인의 기초대사량으로 저런 식사를 자주 먹었다가는 비만되기 십상.....
그치만 맛은 정말 좋죠.. 맛있는 거만 모아놨으니까 말이에요.
아까 잠시 언급했던 기네스 고기파이는, 외국에서 오븐요리로 많이들 하시는 고기파이인데 기네스 맥주를 조리 과정에서 넣습니다. 한국도 조리 중에 술 넣는 조리법을 종종 보니, 그런 비슷한 류라고 보면 되는데 항간에는 술 취한 남편이 요리한다고 해놓고 마시던 맥주를 넣었다나 뭐라나 하는 '카더라 유래'가 들리기도 하네요. 정말인지 농담인지는...
어쨌든 이 것도 맛없을 수 없는 조합이에요. 고기, 맛있는 소스, 파이까지. 그리고 기네스 맥주까지.
홈스테이 할 때, 나이드신 홈맘이 전통 디저트라고 죽 같은 (겁나 단) 뭔가를 해주셨기도 했고, 어느 날은 중동레스토랑에서 본 거 같은 비쥬얼의 무언가를 만들어주시기도 했는데 음식만을 놓고 평가했을 때 매력적이진 않았어요.
(물론 정성과 새로운 경험 측면에서는 정말 땡큐베리머치!)
이렇게 다채롭지 않은 음식문화라, 친구들과 외식을 하더라도 아이리쉬 푸드가 아닌 다른 국적의 음식을 많이 먹게 되었다. 그러고 깨달았죠. 더블린에서 먹는 외국 음식은 '무지막지하게' 맛있다는 것을.
유럽이라 그런지, 많은 국가에서 온 이민자들이 살아서인지, 다양한 국가의 음식을 접할 기회가 많고 퀄리티도 높아요.
한국은 이런 다채로운 외국음식이 보편적으로 통용된 지 그렇게 오랜 세월이 흐르지는 않았고, 그 중 일부 국적의 레스토랑은 아직도 현지에 비해 터무니없이 비싼 고급음식으로 분류되곤 하는 듯 해요. 그 부분이 요 몇년 새 점점 무너지기 시작하고는 있는데 아직 많이 보편적이진 않죠.
반면 더블린은 정말 맛있는 외국 음식이 가득해요.
제일 쉽게 접할 수 있는 멕시칸 레스토랑(부리또는 마치 이삭토스트처럼 가볍게 슥 먹으러 들어갈 수 있는 보편적인 패스트푸드로 저렴하다), 이탈리안은 어느 나라든 널리 퍼져있죠, 차이나타운이 외식업계 중 제일 저렴하고 가장 늦게까지 문열어 놓는다는 것 역시 매력적이죠, 브라질 음식점도 있고, 아메리칸, 세계적으로 유명한 햄버거 가게들은 다 더블린에서 처음으로 접한 거 같아요(그리고 더블린은 고기가 맛있어서인지 햄버거도 맛있어요!), 모로코, 할랄푸드, 케밥도 쉽게 접할 수 있고, 태국, 일본음식점(이들은 스시를 패스트푸드로 알아요, 저퀄리티로 잘못 정착한 듯), 심지어 한국 레스토랑도 그다지 비싸지 않은 금액으로 맛있게 먹을 수 있어요.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자국의 음식문화가 한정적이라 외국 음식이 역으로 다양하게 보급된 거 같네요.
(영국도 맛있는 음식점은 다 외국음식점이라는데, 같은 맥락이다)
더블린에서 가장 맛있게 먹은 음식을 몇 가지 꼽아보면 다 외국음식인 것이 함정이네요.
중식, 난도스 치킨(인도식+영국식), 한식(더블린2의 드렁큰피시, 순두부찌개와 제육볶음, 치킨마저 환상인..), 부리또(두 끼를 한번에 해결할 수 있는 양에, 고르는 대로 재료 다 넣어주고, 빵빵하게 채워서 7~8유로면 먹는데, 학생이라고 음료까지 주는 곳도 있다. 맛은 환상...), 파스타도 맛있게 먹었고, 햄버거(이제는 한국에도 들어온 파이브가이즈를 더블린에서 처음 영접했다, 비싸지만 잊을 수 없는 그 강렬한 맛. 산더미처럼 쌓아주던 그 감자튀김의 포스.).
아일랜드 음식 중에 고르라면, 음... 아이리쉬 브랙퍼스트? 고기감자파이 정도?
물론 최고는 기네스..
모로가도 서울로만 가면 된다는 옛 말처럼, 굳이 그 국가의 음식이 아니더라도, 다양하게 즐길 수 있는 대체제인 음식들이 가득하니 결과적으로는 풍요로운 식생활을 즐기고 올 수 있었다.
그거면 되지, 뭘 더 바라겠어?
조조스가 없어졌다는 소식이 더블린 공개채팅방에 퍼진 때가 있었다.
세상이 곧 무너진다는 전보를 받은 사람 마냥 절망에 빠져있었다. 이런 청천벽력 같은 일이 있나 싶었다.
마침 그 날이 하우스메이트 동생들을 처음으로 조조스에 소개 시켜주려던(영업하려던) 날이었다.
영어 듣기 실력에 자신이 없어 영어로 걸고 받는 전화는 질색하던 내가, 거리낌없이 조조스 전화번호를 찾아 전화를 걸었다.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내가 가게로 전화를 걸다니. 내 하잘 것 없는 영어실력으로!
그만큼 조조스는 내게 소중했다는 말이다.
전화해보니, 멀쩡하게 잘 영업 중이었고, 망했다는 뉴스는 어디서 나온건지 알 수 없는 헛소문이었다.
(구글맵에 망했다고 떠있어서 놀랬는데...) 아저씨는 그 날도 식재료를 들여오고 있었고, 아마 아직도 영업중이실 거다.
그 분은 절대 망해선 안돼. 몇년 후에라도 더블린으로 돌아간다면 제일 먼저 먹을 저녁은 조조스가 될거야.
마지막은 조조스를 사랑하는 마음을 가득 담아,
한국으로 이민 오실 생각 없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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