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일상처럼.../18-19 더블린 거점, 어학연수-여행

#1-19 유럽여행기 2편 - 아이슬란드, ICE + LAND 얼음의 대륙

kimkiwiKKK 2019. 9. 29. 14:05

"So it`s called ICELAND!!! KKK"

집주인 ㅈ에게 "여기 너무 추워! 추워 죽겠어!"라고 문자를 보냈더니, 저런 답장이 왔다.
내가 망각하고 있었던 아이슬란드라는 국가명의 유래를 콕 찝어 주었는데, 아차, 싶었다.
맞아 내가 얼음의 대륙으로 자진해서 왔으면서, 당연한 걸 불평하면 안되지.
아이슬란드로 홀리데이를 갈 거라고 했더니 집주인 ㅋ는 말했다.
"와우 아이슬란드! 나는 홀리데이는 스페인이나 프랑스 남부, 따뜻한 나라로 가는 걸 좋아해. 추운 곳은 견디기 힘들어."
스펙타클한 날씨의 나라, 아일랜드에 사는 사람이 굳이 여름 휴가를 북유럽의 써늘한 나라로 가는 일이 있을까? 모험심이 투철한 아이리쉬 청년이 패기롭게 떠났다가 금새 짐싸고 본국으로 돌아가려 하지 않을까?

정말 추웠다.
사실 초반에는 '그냥' '예상만큼 적당히' 추웠고, 여행 후반부 쯤에는 비바람도 몰아쳐서 '미친듯이' 추웠다.
10월 초에 이렇다면, 더 추운 시즌에는... 생각만해도 짜릿한 게 뒷골이 서늘해져 온다.

어학원 생활에 권태기를 심하게 앓고 있었다. 비싼 돈을 주고, 귀한 시간을 내서, 이십대 후반의 내 소중한 6개월 중 일부를 '땡땡이를 칠까, 말까' 따위로 고민하고 있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내가 생각하던 연수가 아니었다.
그래서 일주일 간의 홀리데이(어학원의 허가를 받아 일주일 홀리데이를 받을 수 있었다. 다른 어학원은 어떤 때라도 홀리데이를 끌어 쓰고 싶다면 쓸 수 있었지만, 우리 어학원은 딱 일주일만 가능했다)를 받기로 했다.
10월 첫째주로 결정했다. 어디로 여행을 가려던 계획을 미리 짜놓은 것도 아니고, 그 때 일단 쉬어야만 할 거 같았다. 리프레쉬를 하고 홀리데이 후에 다시 시작하고 싶었다.
어학원에 말씀드려놓고 나서야, '어딘가로 떠나있다 와야겠다' 싶어 행선지를 찾았다.

그 즈음 우리 쉐어하우스에 새로운 동생이 들어왔다. 이 시즌에 이전 하우스메이트들이 대거 퇴거하고, 정원을 한 명 줄여서 셋이서만 공유하기로 룰이 바뀌었는데 그 첫번째 새 하우스메이트가 ㅁ였다.
부산에서 왔다는 ㅁ는 첫 인상부터 싹싹하고 먼저 다가와서 인사를 하고 같이 밥먹기를 청하던, 사근사근한 아이였다.
내 기억에 ㅁ가 나에게 북유럽 여행을 추천해주었지 않았을까 싶다. (ㅁ는 나에게 이것저것 추천을 해주던 아이였으므로)
나 역시 '북유럽을 한번 쯤은 가봐야지. 한국에서 가려면 시간도, 비용도 더 많이 들잖아'라는 생각에 동의했다.

북유럽은 미지의 세계. 
나는 '꽃보다 청춘 - 아이슬란드 편'을 재미있게 봤었으므로, 북유럽을 꼭 한번 가보고 싶었다.
오로라, 별똥별도 실제로 보고 싶었고, 내가 이전에 봐와온 서유럽이나 동유럽과는 전혀 딴판인 새로운 대륙에 발을 들여보고 싶은 마음도 강했다.
여행을 오래 전부터 계획한 게 아니었고, 북유럽에 대한 지대한 관심이 있었던 것이 아니었으므로 자연스럽게 '아이슬란드'로 방향을 잡았다. (사실 내게 북유럽 다른 국가들에 대한 이미지, 지식이 거의 전무하다시피 했으므로)

아이슬란드로 가는 저가항공이 있었다. 이름하여 와우항공.
내가 이 항공기를 탄다는 이야기를 하자, 집주인 ㅈ이"그거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항공기 아닐까?"라고 농담을 하셨는데, 나도 절반 정도는 동감했다. 이름도 이름이고, 항공편명이 WW855 라니 너무 수상하잖아??
갔는데, 다 무너져가는 남루한 항공기가 거친 엔진소리를 뿜어내면 어쩌지? 아니면 정말로 ㅈ 말처럼 실존하지 않는 가상의 존재이면 어쩌지? 듣도보도 못한, 후기도 거의 없어서 의심에 의심을 거듭할 수 밖에.

나는 렌트카를 빌려 다닐 예산은 없었고, 그 곳은 렌트해서 다녀야 제대로 여행을 할 수 있는 여행지이다.
하지만 어느 팀에 조인해서 같이 다닐 마음은 단 1g도 없었으므로, Excursions(버스투어)로 눈을 돌려야 했다.
전에 경험했던 버스투어가 생각보다 너무 괜찮았으므로, 특히 렌트할 게 아니라면 가격도 합리적이고 이동해야할 방법을 강구할 필요도 없고, 목적지에서는 자유롭게 시간 내에 개인적으로 투어를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괜찮은 여행 수단 중 하나였다.
여러 업체를 비교하고, 비용과 투어 코스, 소요 시간 등을 살펴보고 레이캬비크 익스커젼 이라는 업체로 예약.
참고 : https://www.re.is

 

Reykjavik Excursions, a leading organiser of coach and bus tours in Iceland

WE TAILOR-MAKE TOURS FOR YOU! Our sales team will tailor-make tours to fit your requirements. We can book activities and experiences and our guides are fluent in many languages. Reykjavik Excursions operates one of the largest coach fleets in Iceland with

www.re.is

일정이 무려 4박6일이라, 투어를 하나만 할 순 없었고, 세 개 정도의 투어를 모두 저 곳에서 예약했다.
가자마자 다음날부터 내리 투어를 이어간다면 피곤할테니, 입국 후 이틀은 비우고 3일차부터 투어 시작하기로.
근교의 자연지형을 둘러보는 하루 코스, 저녁 때 픽업해서 오로라를 잘 볼 수 있는 곳으로 데려가주는 오로라헌팅 투어, 꽃청춘에도 등장해서 엄청난 인상을 남겼던 굴포스 등의 명소를 투어하는 반나절 투어(골든서클 투어), 남부 해안을 둘러보는 전일 투어로 비어있는 일정을 채워넣었다.

예전 같았으면, 내 여행성향을 고려하지 않고 무리하게 '그 동네에 있는 모든 관광지에 발도장을 찍어야 한다'는 의무감으로 예약을 했을 텐데, 이제 여행연차가 쌓이다보니, 스스로가 어느 정도 선에서 투어와 휴식시간을 분배해야 하는 지 감각적으로 잘 캐치해내어 조정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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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출발 당일.
저녁 5시10분 출발 비행기라, 낮 시간에 준비를 마치고 시내로 나왔다.
아마 내 기억에 '며칠동안 미처 구하지 못했던' 방수 등산화를 이 날 구매했던 듯 싶다.
유학생 중고거래로 저렴하게 구매하려던 계획, 동네 중고매장에서 득템해보려던 계획 모두 물거품이 되었기 때문이다. 결국 저렴한 더블린1의 신발가게(한국으로 치면, 시장 내의 동네 신발가게 같은 곳)에서 제일 저렴한 신발을 25유로 정도로 구매할 수 있었다. 내 발사이즈에 딱 맞는 신발이 없다는 말에, 꾸역꾸역 한 사이즈 작은, 그렇지만 제일 저렴한 신발을 샀는데 덕분에 레이캬비크에서 그 신발 뒤축에는 피가 묻어날 정도로 상처가 났다는...
(원래 새 신발 신으면 발 뒤에 상처가 나는 일이 잦긴 하지만.. 늘어날거라는 점원과 나의 기대는 어긋났다. 그 신발은 정말 짱짱해서 늘어날 기미를 영원히 보지 못했다.)

그리고 가고 싶어 눈독들여왔던 카페를 갔던 거 같기도 하다.. 더블린2의 리피강 부근에 있는 어느 작고 아늑한 카페.
여유 있는 저녁 출발 비행기 덕에, 공항버스가 아닌 저렴한 시내버스를 타고 돌아돌아 천천히 공항에 갈 수 있어 좋았던 하루. 

다만, 레이캬비크에는 오후 7시 즈음 도착해야 했음이다. (시차가 있어서 그리 늦은 시간에 도착하진 않았다)

도착 직후 제일 먼저 해야할 일!
(당시 나는 와인을 입에 달고 살았으므로) 술을 시내에서 구매하기 힘들뿐더러 비싸다는 말을 듣고, 공항 내의 면세점에서 술을 넉넉히(!) 샀다. 레이캬비크에서 홀로 있는 시간에는 와인을 홀짝거릴 수 있겠구나, 행복했다.
화이트 와인 한 병, 레드 와인 한 병이면 네 번의 밤은 견딜 수 있겠구나, 비싼 금액을 지불해도 아깝지 않았던 그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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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레이캬비크에서의 자유시간.

하늘은 푸르고, 날씨는 춥지만 맑았다. 할그림스키르샤라는 큰 교회를 둘러봤고, 유료 전망대는 굳이 가지 않았다. 그 대신 성당 앞의 거리를 거닐며 마음에 드는 가게를 눈에 담고 때로는 사진에도 담았다.
가고 싶은 식당의 옥외 메뉴판도 사진에 담고 마음에 담았다.
그리고 점찍어 두었던 스프 가게에서 (그 동네 외식물가치고 저렴하게!) 만족스런 식사를 하였다.
그 때는 몰랐지만, 레이캬비크에서 만난 사람들 중 손꼽을 정도로 친절하고 친밀한 접객, 리필을 먼저 권하며, 무료 디저트를 먹고 싶어하는 나를 기쁘게 안내해주었다. 분위기도 낭만적, 디저트로 제공되는 브라우니와 초코 쿠키는 환상적.
시작부터 호조. (그 때 수기로 쓴 일기를 보니 브라우니에 대한 찬사로 가득했네..)

식사 후에 배가 부른 상태로 근처에 있는 하르파(한국으로 치면 세종문화회관 같은 곳)에 들렀고, 그 바로 앞의 해변가에서 보이는 설산에 감탄했다. (초코 아이스크림에 하얀 연유를 씌운 것 같은 전경)

이 날은 주로 거리를 걷고, 가게들을 구경하고, 동네를 있는 그대로 담으며 시간을 보냈다.

나는 어느 나라를 가든 큰 마트를 가는 것을 빼놓지 않는데, 이 곳에서도 마찬가지로 '보너스 슈퍼'를 들렀고 더블린은 쨉도 되지 않는 높은 물가에 경악하며 '굶어 죽지 않을 정도의' 식량만 사와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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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캬비크에서 예약한 '최고로 저렴하면서도 단독 싱글룸'은 내 인생 최악의 숙소로 기록되었다.
나처럼 예민하지 않은 사람조차도 찝찝해서 몸이 근질거리던 침구, 기본적인 관리조차 안된 듯 컵에는 때가 끼어있고 콘센트에는 먼지가 쌓여있었으며, 셀프체크인을 했었어서 만나지 않았지만 이 곳의 직원들은 손님을 반기고 있을 리가 없다고 느껴지게 만들었다. (그리고 다음날 침구 교제 요청을 하러 간 리셉션에서 그 감이 틀리지 않았음을 알았다. 그는 침구를 주겠다고 대답해고, 체크아웃 때까지 받지 못했다.)
그 곳의 유일한 장점은, 싱글룸을 쓸 수 있다는 것, 시내에서 멀지만 걸어는 갈 수 있다는 점, 뭐 그 정도...?

반면 투어는 성공적이었다.
오로라투어에서 '아주 미세한' 오로라를 보았고, 아마 그 투어가 아니었다면 접근도 못했을 칠흑같은 장소로 안내받을 수 있었다. 직원이 말하지 않으면 오로라라고 생각지도 못할 미세한 변화를 본 것을 "오로라를 봤다!"고 기뻐하던 사람들. 다행히 다음날 혼자서 오로라헌팅을 나갔다가 분명한 오로라를 보았던 것으로 나 역시 충족되었다.

굴포스 및 간헐천 등을 보러 갔던 반나절 투어, 남부 해안을 쭉 둘러보는 전일정 투어 모두 마음에 들었음은 물론이다.
위압적인 포스로 자연에 무릎꿇게 만든 '대'폭포, 폭포 뒤에 피어오르던 무지개, 폭포 뒤를 지나치며 느낀 상쾌함 등이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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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슬란드에서의 음식에 대해서는 소소하게, 그러나 분명히 즐거운 기억들을 남겨 왔다.
둘째날 마트에서 핫도그 재료를 소박하게 샀다. 핫도그 빵 한 묶음, 소시지 한 묶음, 소스 한 통, 간식 바나나 반 송이 끝.
이 걸로 매일매일 핫도그만 해먹었다. 하루에 한 끼 정도는 사먹기도 했지만, 그 외에는 모두 핫도그.
어느 날은 외식도 핫도그. 물론 아주아주 유명한 핫도그 집이었기에 먹고 싶어 갔던거고, 실제로 굉장히 맛있었다.
점심 특선으로 저렴하게(하지만 2만6천원이나 하는) 파키스탄 요리도 기억에 남고, 얼어죽을 정도의 추위를 뚫고 가서 오픈시간까지 기다려 먹었던 기가 막히게 신선한 피시앤칩스, 달디 달아 흡입하게 만든 시나몬롤, 마지막 저녁으로 거하게 먹겠다고 찾아간 (왜때문인지 한국인 관광객만 몇 테이블 자리했던) 레스토랑에서 시킨 양고기 카레까지.
핫도그만 줄창 먹었다고 생각했지만, 이것저것 많이 즐기고, 단 한번도 맛없는 음식은 먹지 않았네.
심지어 숙소에서 만들어 먹은 그 핫도그 조차도 맛있었으니 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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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수성이 예민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 나인데도, '분명한' 오로라를 조우했던 그날 저녁은 흥분과 감동에 허우적대었음을 일기를 보니 되살아난다.
북유럽을 여행하게 되면, 오로라를 보기 위해 '오로라 지수'를 주기적으로 체크하게 되는데 이 날은 고작 10%라 추위와 번거로움을 뚫고 나가야 할 지, 아니면 방에서 와인을 홀짝이며 더블린에서 가져온 과자나 집어먹을 지 중에 고민했다.
와인과 과자는 잠시 미뤄두고 나가기로 결정한 것은 의외.
그리고 잠시 후에 오로라를 영접했다. 말 그대로 '영접'.
티비로 보면서도, 많은 사람들의 사진으로 접하면서도 '저거 사진빨 아닐까?' 생각했지만 막상 눈으로 보니 압도되어 말이 안나오더라는. 그럴싸한 카메라가 없어서 영상이나 사진으로는 담지 못했지만, 내 머릿 속의 기억만으로도 언제든지 재생할 수 있을 정도로 강렬한 몇 분여의 시간이었다.

오로라보다, 쏟아질 듯한 별들이 더 아름답다고 며칠이나 생각했지만, 역시 오로라는 오로라.
숙소로 돌아오면서도, 흥분을 감추지 못했을 그 발걸음이 어렴풋이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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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슬란드' 하면, 굴포스, 오로라, 북유럽 신화가 저절로 떠오르는 광활한 자연 속의 기적을 보면서 종교도 없는 내가 '신' 혹은 '우주 속의 지구'라는 존재에 대해 고심하게 되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전혀 다른 책 한권도 함께 떠오른다.
작가 한강 님의 '소년이 온다'라는 책.
북유럽이랑 아무런 관계도 없는 이 책을 더블린의 중고거래에서 얻었다.
나는 책을 이북으로 읽지 않고 굳이 실물로 구해서 읽어야 하는 성미라, 책이 매물로 올라올 때마다 득달같이 달려가 사고야 마는 일을 반복하고 있던 참이었다.
이 책도 그 때 얻은 보물 중 한 권.

내 본능적인 느낌이 이 책 딱 한권을 캐리어에 넣게 했다.
그리고 와우항공 기내에서 이 책을 읽으며 홀로 오열을 했다. 소리 없는 오열이랄까. 누군가 봤다면 부끄러웠을 장면.
그 책을 레이캬비크 시내의 어느, 외관은 컨테이너 같아서 내키지 않았지만, 막상 안에 들어가니 '내 인생 카페, 혹은 내 집 마련을 한다면 저렇게 꼭 꾸며보고 싶은 구조'의 카페에서 커피를 홀짝이며 다시 읽었다.
그 때의 그 감성, 책이 주던 동요, 창가를 바라보며 배치된 의자에 앉아 밖을 틈틈히 바라보며, 카페 내부의 감각적인 배치에 감탄했던, 사고싶은 물건이 너무나도 많았지만 금액에 보류했던 그 날의 기억이 레이캬비크라는 카테고리의 상당부분을 차지하게 되었다.

아직도 서점에서 그 책을 발견하면, 나는 금새 레이캬비크의 그 카페를 떠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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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여행의 기쁨요소라고 하면, 정말로 세세하게 다양해서 하나를 콕 찝기 힘들 정도이다.
그리고 그 중에는 물론, '소소한 지름'도 있다.
무언가 사오는 데, 마그넷이었던 적은 한 번도 없다. 차라리 귀여운 엽서를 사서 방에 붙여놓거나,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실용적인 물건을 사오곤 했다.
아이슬란드는 엽서 조차도 선뜻 살 수 없는 무서운 동네라, 아무것도 사지 않을 줄 알았다. 정말 그럴 줄 알았는데...
레이캬비크의 플리마켓에 갔는데... 천국.....
결국 나는 이 곳에서 '빨간머리앤' 이 그려진 작은 동전파우치(지금도 내 곁에 진열되어 있다), 블루베리 소금과 갈릭 소금(이 녀석들도 방금 꺼내서 내 옆에 두고 있다)를 구매할 수 있었는데 누가 내게 '사고 싶은 거 다 사라'고 말 한마디 했다면 쓸어왔을 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이 두가지를 딱 골라온 건, 뿌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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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나서 처음으로 공항 노숙을 했다.
다음날 케플라비크 공항 출국시간이 새벽 이른시간이기도 했고, 숙소비를 하루 더 쓰기엔 부담이 되었기 때문이다.
힘들었다. 나이가 어리지 않다보니, 공항 노숙하기엔 체력이 받쳐주지 못해 작은 미니와인을 한병 사 홀짝이며 스스로를 위로해주어야만 했다.
하지만 다행인 건, 숙소보다 공항이 훨씬 더 쾌적하다는 사실이었다.
후우...

아마 북유럽에 또 발을 들일 일이 있을 지 모르겠다.
여러 좋은 기억이 맴돌지만, '북유럽은 이 정도면 충분하겠어'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되었던 여행이었다.
춥다고는 해도 너무 춥고, 내 아이폰은 언제나 전원이 꺼지며, 물가가 비싸서 뭐 사고 먹는데 벌벌 떠는 게 즐거움을 반감시키는 곳. 추워서인지 사람들은 무뚝뚝하고. 깨끗하고 쾌적한 곳이지만, 살고 싶은 나라는 아니었다고 개인적으로 느꼈다.

평생 다시는 안갈 거라고 단언할 수는 없다. 세상 일은 어떻게 될 지 모르고, 또 어디 꽂혀서 마음이 변할 지도 모를 일.
하지만 향후 5년 내에는 가지 않을 거라고 딱 잘라 말할 수 있다.

그래도 행복했던 기억 한 켠에 레이캬비크가 자리하고 있음은 분명하다.

 

와우항공이 실존함을 모두에게 알리기 위한 인증샷. 케플라비크 면세점에서 공수했던 와인 두 병. 그러나 시내에서 술 파는 매장을 몇 군데 봤으니 꼭 저렇게 다 사올 필요까지는 없다. 뒤에 끝내주게 맛있는 리치티 과자는 더블린에서 비상식량으로 가져와서 궁할 때마다 도움을 받았다.
2일차에 어딘가에서 내려다 본 마을 전경이 괜시리 귀여워서.
SKYR(스키르)는 아이슬란딕 요거트인데 건강에도 좋고, 칼로리도 낮았던 걸로 기억해. 하지만 비싸서 매일 먹지는 못했고. 더블린이라면 종류별로 쟁여서 먹을 수 있었을 것을! 쇼핑은 최소한으로 해야만 했다. 두번째 사진만큼 사면 한화 당시 만오천원 가량 나왔었다. 세번째 사진이 내 끼니.
내 인생 카페를 딱 한군데 꼽으라면, 여기! 전 세계 통틀어 이 곳! 팬시점 겸 카페.
파키스탄 런치플래터, 추위를 뚫고 한 시간여 기다려 얻은 감격의 피시앤칩스. 그 피시앤칩스를 기다리며 오들오들 떨던 나에게 와서 마구마구 치대던 고양이 한 마리. 미안. 나 너를 거둘 여력이 없는 가난한 여행자였어. 내 발목을 뱅글뱅글 돌며 몸을 비벼댔다.
압도적인 자연의 신비. 디즈니 라이온킹의 'CIRCLE OF LIFE' 가 머릿 속 BGM으로 자동재생되던 기억.
인생 시나몬롤은 오천원 가량. 마켓의 저렴한 커피 한 잔. 마켓의 각종 기념품 및 식료품, 간식 등등 맛보고 고를 수 있었다.
아이슬란드 최고의 호사. 현지인은 0. 그치만 맛으로 증명된 나의 올바른 선택. 다시 먹고 싶은 음식이다.
공항노숙을 견디게 한 나의 약(미니 와인)
선물로 사간 초콜릿. 나는 위에 꺼가 달아서 좋았는데, 어학원 언니는 아래 꺼 드렸더니 너무너무 맛있다고 더블린에서 살 수 있는지 알아보셨다고 해서 기뻤다! 한국분들 대부분 아래 초콜릿은 입에 맞지 않을거라고 생각해 걱정했는데 다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