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일상처럼.../18-19 더블린 거점, 어학연수-여행

#1-20 유럽여행기 3편 - 스코틀랜드 에든버러, 잉글랜드 아니고 스코틀랜드!

kimkiwiKKK 2019. 9. 29. 14:35

순서가 바뀌었다.
연재 순서. 시간 순으로 하면, 에든버러 직후에 아이슬란드를 다녀온 게 맞다.
하지만 뭐.. 뒤늦게 기억을 되짚어가며 쓰는 여행기가 그렇지 뭐.
에든버러는 9월 말에 2박으로 다녀왔다.

나는 어릴 적 영국, 그 안에서도 잉글랜드를 동경하는 마음이 있었었다. 그리고 아일랜드에 애착을 가지면서 그 동경심을 산산히 부숴버렸다.
그들이 했던 식민지배가 한국-일본의 관계와 겹쳐보이기도 해서 남다르게 받아들였기도 했고. 실상은 그리 아름다운 이미지의 나라는 아니지 않은가. 신사의 나라가 아니라 훌리건의 나라로 먼저 떠오르게 된 건 자연스러운 변화.
(하지만 런던여행기를 쓰게 될 날이 멀지 않았다..)

더블린 연수를 준비할 시작점에서, 첫 여행지는 왠지 런던일 거라 추측했는데 그보다 먼저 다른 곳들을 갔고 심지어 스코틀랜드를 먼저가게 되었다니 신기하다.
우리가 흔히 영국, 영국 하는데, 영국은 영국연합으로서 잉글랜드, 스코틀랜드, 웨일즈, 그리고 영국령으로 들어가있는 북아일랜드가 합쳐진 개념이다. 심지어 우리가 아는 유니언잭 국기도 웨일즈를 제외한 세 곳의 깃발 문양을 조합한 결과물이라니 놀랍다.
더블린 시내에서 웨일즈인을 만났는데, 역사관계를 잘 모르는 일본인 유학생 친구들이 "잉글랜드?" 했더니 그가 정색했었다. 그럴만 하다. 한국인에게 "재패니스? 차이니스?"하는 것과 비슷한 무례 아니겠는가.

스코틀랜드는 억양이 세기로 유명하기도 하고, 그래서 유학생 중에 스코틀랜드에 산다는 이야기는 그리 쉽게 접하지는 못한다. 내가 갔을 때도 아시아인은 중국인 관광객만 가득했고(그 때 마침 중국 국경절...) 거리를 지나다니다가 본 어학원도 한 개 정도였을 거다.

그럼에도 매력적이었다. 도시 계획이 잘되어 있는 건지, 에든버러 자체가 하나의 문화유산 처럼 느껴져 묘한 기분을 느끼며 거리를 거닐었다.
마치 과거 어느 시대로 타임머신을 타고온 것처럼, 과거의 영광스러운 건물들이 잘 보존되어 있어 놀라웠던 그 도시.
다양한 박물관들이 있고, 심지어 무료로 들어갈 수 있어 윤택했던 여행.
에어비앤비로 선택한 숙소는,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을 정도로 깨끗하고, 우리를 위해 준비된 웰컴 빵, 차, 심지어 100만원을 넘는다는 최고급 매트리스는 호텔보다 더한 호사를 느끼게 해주었다.

주택가라 시내에서는 삼십여 분을 걸어가야 했으나, 주변이 정말 조용하고 쾌적했다.
집 주인이자 관리인이신 여성분은 낯을 많이 가리는 듯 했으나 우리와 이야기하고 싶어하셨고, 거리낌없는 그 분의 남편이 우리를 자신의 아내에게 '같이 대화하고 놀아달라며' 붙여 놓고 자기는 술마시러 나갔던 그 곳...ㅋㅋㅋㅋ

위 층도 인테리어 하나하나 정말 신경쓴 보금자리의 느낌이 물씬 나고, 가구, 티비, 모든 것이 제대로 갖춰져있어 인테리어 잡지에 시리즈 중 하나로 연재되어도 손색없을 센스와 정성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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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이 완벽하게 좋았으나, 문제는 내가 항공권을 잘못 예약했다는 것.
여행계획을 하도 많이 짜고, 항공권을 하도 많이 눌러보고 가격비교하다보니 벌어진 실수.
9월로 예약해야 할 것을, 12월로 예약했음을 전날에 알아버렸다.
나는 포기할까 생각했는데, 집주인 부부에게 이 비보를 전하자 자기일처럼 컴퓨터로 달려가 온갖 루트를 연구하고 짜내 주어 그 정성에 '좀 더 비싸지만 어쩔 수 없는' 하이난 항공을 다시 예약했다.

하이난 항공은 라이언에어보다 비쌌지만 그렇게 좋은 항공기로 나를 운반해주리라고 기대도 안했는데, 유학생에게는 과하디 과한 호사스러운 항공기, 서비스를 제공했다.
임박한 예약이라 비싼 것이 아니라, 그만한 항공편이라 비쌌던 거였어..
심지어 좌석이 널널해서 나는 누워가도 그만일 쾌적함까지 덤으로 얻었다.
동행했던 동생보다 살짝 늦게 도착해서, 시내에서 그 아이와 합류하기까지 그 여운에 잠겨 있어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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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든버러에서 먹은 음식들은 대체적으로 평이했다.
내가 고른 음식점들이 문제였을까. 체인점, 테이크아웃 음식 같은 맛만 족족 골라내는 데 적성을 찾은걸까.
기억에 남는 건 오로지 어느 카페의 음료 뿐.
아니면, 현지맛을 10%도 재현해내지 못했음은 알지만 이상하게도 입에 맞았던 어느 중국음식점의 '팟타이' 정도랄까.
그 이후로 팟타이 맛을 다시 맛보기 위해 집에서 수없이 시도를 하고 실패를 했던 기억이 난다.

시내 중심. 그리고 박물관에 가고 싶어서 찍어두었던 사진. 일정 마지막에 저 박물관에 들렀다. 전시가 잘 되어있는 훌륭한 박물관을 무료로 보다니.
저 카페가 맛있어서 기억이 난다보기는, 저 달달한 비쥬얼이 인상에 깊히 박혔을 뿐. 갔던 레스토랑 모두 저랬다. 맛 없지도 않고 있지도 않고.
매트리스를 영원히 내 것으로 하고 싶다.. 어느 브랜드인지 물어나 볼걸 그랬나... 욕실도 먼지 한 톨 없이 깨끗하고 다 새거. 신축 호텔같아.
와인과 물만 내가 샀고, 빵이나 초콜릿, 티 종류는 전부 제공. 
어느 언덕에서.
영국스럽다., 내 말은, 스코틀랜드 스럽다고.
중국에서는 저렇게 안 만들겠지만, 왜이렇게 저 팟타이가 맛있었지? 저 수프는 생강이 하나 통째로 들어가서 쉐프의 요리 기본지식을 의심케했다... 볶음밥도 좀 이상했어..... 양파를 저렇게 넣다니.. 당근도 굉장히 크게 썰려있었다.
미술관. 나는 유화가 좋더라. 가운데에서는 무슨 모임 중이었던 듯. 그리고 하이난항공기. 더블린 출발 때가 훨씬 쾌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