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백하건데, 나는 카페와 커피를 사랑한다.
내 인생에 카페와 커피를 떼놓을 시도는 감히 하지도 않는다.
어떤 날에는 내 도피처가 되기도 하고, 작업실이 되기도 하며(유튜브시청과 글쓰기가 작업으로 표현될 수 있다면), 친구와의 만남의 장소가 되기도 한다.
그 곳에서 시키는 고정 음료는 아메리카노. 아주 가끔 라떼.
1층이지만 마치 반지하 같던 쿰쿰한 자취방에 살던 몇 년간에는, 주말마다 바깥공기와 청량한 햇살 구경을 할 수 있는 내 거실과도 같은 그 곳 한 켠에서 찐한 아메리카노 홀짝대는 것이 소소한 행복이었으리라.
나는 어느 지역, 나라를 가게되면 제일 먼저 내 생활습관을 그 장소에 맞춘다.
예를 들어 오사카에 워홀을 다녀왔던 지난 2013-14년, 내가 제일 먼저 바꾼 내 습관은 '김치'를 먹지 않고 '낫또'나 '매실장아찌(일본의 우메보시)' 등의 현지 절임음식으로 바꾸는 것이었다.
그렇게 함으로써, 내가 마치 현지인이 된 것 같은 기분도 들고, 다른 나라에 갔으니 그 나라 사람들처럼 생활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피어났기 때문이다.
대중교통 대신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했고, 플로어링 대신 다다미방을 선택했다.
(막상 일본인은 다다미방을 더 이상 선호하지 않는 듯 하다. 관리하기도 불편하고..)
더블린에서 내가 제일 먼저 바꾼 습관은 '커피 마시기'였다.
회사에 다닐 적에는 하루 최소 2잔은 마셔줘야 머리도 돌아가고, 일도 되는 거 같은 기분이 들었는데 이젠 그럴 필요도 없고. 생각해보면 카페를 좋아하는 거였지, 무조건 커피가 아니면 안되었던 것은 아닌 듯 하다.
아일랜드는 홍차를 마신다. 매일같이 마신다.
기본은 아이리쉬(잉글리쉬) 브랙퍼스트 티.
그래서 홈스테이 시절에 아침마다 "TEA 줄까?" 라고 질문을 받았고, 나는 "좋아!' 대답했기에 하루의 시작을 브랙퍼스트티와 함께였다.
몇일 동안은, 그 뜨거운 차를(나는 그들과 달리 우유를 타지 않았으므로) 아침마다 원샷하기가 무리였기에, 방에 차를 남겨두고 다녀와서 점심에 마시기도 했다. 런치 티라고 해야하나.
그러다가 홍차 마시는 습관이 자연스레 들었다.
더 이상 커피를 찾지 않았다.
홈스테이를 나와 자취를 하게 되었을 때, 인스턴트 커피보다 먼저 홍차 티백을 샀다.
게다가 쉐어하우스에는 공용 홍차티백도 잔뜩 있었으므로(나중에 알았음), 나는 홍차와 밀착된 삶을 살 수 있었다.
나중에 인스턴트 커피를 사기도 했지만, 그 녀석은 당체 줄 기미를 보이지 않고 오히려 늘어나기만 했다.
(다른 하우스메이트 언니들이 주고 간 커피도 생기고, 어디서 받기도 해서..)
그 대신 홍차를 매일 타 마셨다.
아침에 주방으로 들어가는 내 일과는 다음과 같았다.
'내 식료품칸에서 식빵 두 장을 꺼내 토스트기에 넣기 - 뜨거운 물 끓이기 - 접시와 컵 준비 - 컵에 홍차 티백 넣기 - 토스트 꺼내고 누텔라나 버터 바르기, 홍차 타기 - 그대로 들고 내 방으로 직행'
연수 후반부에는 학원 쉬는 시간에 카페로 가서 달달한 (초코칩 잔뜩 들어가는) 카푸치노를 사마시기도 했다.
그건 당이 필요해서 그랬던거고(혹은 2교시를 위한 소소한 지출을 해주지 않으면 학원에서 도망칠까봐), 일상 음료는 이미 홍차가 점령해버린 시기. 홍차를 마셔주어야 아침을 시작할 수 있을 것만 같았고, 아메리카노에서 느꼈던 '소화를 시켜주는 듯한 상쾌함을 그 녀석에게서 대신 얻어가고 있었다.
더블린을 떠나기 직전, 내가 제일 사오고 싶었던 물품 중 하나는 아일랜드에서 제일 많이 마시는 홍차 브랜드 중 하나인 'LYONS' 였다. 출국 전날에, 더블린으로 귀환하여 쇼핑할 수 있었던 유일한 그 날에 컨디션이 저조하지 않았더라면 저 홍차제품을 두어 통 사왔을 거라고 확신한다.
한국에서 저 제품을 살 수 있는 방법을 몇 번 찾아보기도 했고, 취직을 하고 자취를 하게 된다면 제일 먼저 (타브랜드라도 좋으니) 브랙퍼스트 티를 구비해놓기로 메모도 해두었다.
홈스테이 가족도 그렇고, 집주인 부부도 그렇고 아이리쉬는 TEA가 디폴트 값이었다.
집주인 ㅋ도 "나 회사에서는 커피를 마시지만, 집에서나 쉬는 날에는 홍차만 마셔."
다른 세입자 언니가 주었다던 캡슐커피머신은 전혀 사용되지 않고 주방에서 먼지만 쌓이고 있었으니 알 만하다.
유튜브 영상을 보니 아이리쉬 뿐만 아니라, 영국인들도 TEA를 기호음료 이상의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음이 보이더라.
누군가가 위로받아야 할 때, "TEA 줄까?", 힘들어서 쉬고 싶은 시간에 "TEA TIME 어때?", 힘들지 않더라도 적당한 시간이 되면 "TEA TIME 할 시간이야.".
TEA는 뗄레야 뗄 수없는 문화의 중요한 일부분임이 분명했다.
그리고 더블린 생활을 통해 내 생활의 일부로 흡수되었다는 점이 정말 기쁘다.
내 몸, 내 피 어딘가에 더블린에서 흘러들어온 홍차액이 흐르고 있을 것만 같아서.
한국으로 돌아온 지금, 다시 매일같이 아메리카노를 마시고 있음에도.
아일랜드와 다시 연결되고 싶은 날에는 홍차를 찾게 될 거다.
'여행을 일상처럼... > 18-19 더블린 거점, 어학연수-여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1-24 '비포 선셋'를 꿈꾸었으나... 사랑하기 어려운 것은 어디든 똑같다 (0) | 2019.10.01 |
---|---|
#1-23 무심코, 나도 모르게 더블린에서의 흔적을 찾는 나 (0) | 2019.09.30 |
#1-21 더블린 어학연수 6개월을 마치며.. 한 줌의 반성, 그리고 기대감 (0) | 2019.09.29 |
#1-20 유럽여행기 3편 - 스코틀랜드 에든버러, 잉글랜드 아니고 스코틀랜드! (0) | 2019.09.29 |
#1-19 유럽여행기 2편 - 아이슬란드, ICE + LAND 얼음의 대륙 (0) | 2019.09.29 |